통합물관리 정책 – 지하수는?

최근 새 정부에서 물 관리정책을 통합하여 일원화한다는 명제가 제시되면서부터 국내 수자원관리 분야에 큰 변동이 예상된다. 아직은 정책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시행방법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논의가 진행 중에 있으며, 이에 따라 물 관련학회와 협회들도 제각기 각자의 이해득실을 셈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통합물관리 관점에서 지하수는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가?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본다.
먼저, 이론적으로 볼 때, 지하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담수자원이며, 수질 역시 청정수임은 분명하다. 이는 지표수를 상수원으로 취수하는 경우 복잡한 화학적 처리공정을 거쳐야 먹는 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지하수를 먹는샘물로 취수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단순하고 제한적인 처리만을 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규제는 그 자체로 지하수의 수질이 지표수보다 월등히 청정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하수는 가장 풍부하고 가장 좋은 수질을 확보하고 있는 수자원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지하수에 대한 물관리의 관점은 이렇게 풍부하고 청정한 수자원을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활용하기 위한 관리정책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 2017년에도 여느 해와 다름없이 심각한 가뭄에 피해를 당한 많은 지역들이 뉴스에 보도된 바 있다. 이런 국가 재난급의 가뭄과 용수공급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지하수 활용을 위해, 상습적으로 가뭄에 노출되는 지역과 시기에 대비하여 지하수자원의 활용성을 미리 확보하는 것은 어떠한가? 가뭄시기에 지하수를 꺼내서 사용하고, 풍수기에는 지하수를 채워 넣는 다양한 형태의 인공함양 기술들도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되고 있으며, 국내전문가들에 의해서도 연구된 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수질이 문제가 된다면, 상대적으로 천층 지하수에 비하여 잘 보존된 심부 대수층에서의 지하수를 사용하면 될 일이다. 굳이 장기간에 엄청난 공사비를 들여가며 유역 밖의 지역에서 도수로를 통해 지표수(댐)를 다른 유역으로 이송하는 것은 이수(利水)는 될 수 있겠으나, 그로 인해 유역단위의 수문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수자원관리에 적절한 치수(治水)의 방법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지하수는 청정수자원이다. 우리나라가 지표수자원이 비교적 풍부한 나라이지만, 겨울과 봄철에 발생하는 가뭄과 집중호우에 의한 홍수현상 등은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와 맞물려서 앞으로도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며 그 정도 역시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이렇게 지표수자원의 활용에 제약이 심각한 시기와 장소에서 단비와 같이 활용할 수 있는 수자원이 바로 지하수인 것이다. 이러한 활용을 위해서, 평상시(平常時)에 수자원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리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관리가 잘 된 지하수는 언제든지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절한 관리의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먼저 체계적으로 관리된 지하수자원의 경우, 지역적(유역단위 또는 행정단위)으로 어느 정도 강수에 의해 어느 정도의 지하수가 함양되고 그로 인해 지하수 저류량이 얼마나 확보되는지 정량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지하수의 개발가능량과 적정개발량이라는 개념도 이러한 지하수의 함양과 저장량의 변동 관계에서 정량화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하수의 함양이란 지질매체의 특성에 좌우되며, 이러한 매체의 특성은 공간적 변화가 크기 때문에 정확한 현장조사를 하지 않고 교과서에 나오는 몇 개의 숫자로 평가하고 예측하는 것은, 실제로 지하수가 시급히 필요한 지역과 시점에 지하수자원에 관한 정확한 정량적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로 작용한다.

또한 막상 지하수자원을 활용하고자 하는데 적정한 수질을 유지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필요한 시점에 지하수가 적정한 수자원으로서의 기능을 감당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지표면에 산재한 잠재오염원들로부터 지하수자원은 그 수질이 적절하게 보호∙유지되고 있는가? 지표면의 오염물질이 유입되어 오염된 지하수의 심도 한계는 어디까지이고, 어느 심도의 지하수는 청정수질을 유지하고 있는가? 상부의 지하수와 심부의 지하수는 연결되어 있는가? 아니면 분리되어 있는가? 적절한 지하수질의 관리를 위해서도 몇 가지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답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시행방안이 효과적인 관리정책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자연 자원(Natural Resource)으로서의 지하수자원을 관리(Management)함에서, 관리를 잘 한다는 것은 결국 그 자원이 필요한 시기와 장소에서 필요한 만큼 활용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갈수기에 가뭄이 극심한 지역에서 지하수자원의 관리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수도꼭지를 틀면 언제든지 콸콸 물이 나오는 도시 지역에서, 뙤약볕이 내려 가뭄이 발생한다는 뉴스를 보면서 분수를 틀어놓고 그 더위를 식히는 지역에서는 지하수를 자원으로 관리해야한다는 의미가 전혀 실감되지 않는다. 또한 펑펑 눈이 내리거나 지루한 장마시기에 지하수 관리에 더욱 힘을 써야 한다면 이상하게 바라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장소에서 그런 시기에조차 더욱 지하수자원 관리에 힘을 써야 한다. 왜냐하면, 풍수기에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는 지역에서 함양된 물이 갈수기에 가뭄이 극심한 지역에서 활용되어지는 지하수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에서 통합물관리와 관리정책의 일원화라는 용어가 제시되었다. 지하수에 대한 통합물관리는 무엇일까? 앞에 간단히 서술하였듯이, 지하수가 지니는 시간적·공간적 변동성을 이해하고, 이를 수자원의 공급과 수요의 시간적·공간적 변화에 효율적으로 적용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자원 재난이 발생하기 이전의 평상시에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관련기술 개발과 실증을 통해 정책 수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적정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관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보들이 도출되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소를 잃지 않았는데, 굳이 외양간을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가? 이런 관점 때문에 다양한 환경문제들이 사고로 이슈화되기 전까지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한 후에는 그 여파가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 주기적으로 외양간에 가서 우리에는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보수하여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바로 그런 작업이 “관리(Management)”이며, 지하수자원에 대한 통합관리에도 이러한 개념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2017 여름 「지하水 그리고 지열」中, Spee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