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지하수와 신재생에너지 
지하수, 지열에너지산업 경쟁력 높힌다

지하수, 우리나라 물 이용량의 11%를 담당하는 중요한 수자원

2011년 국토교통부에서 내놓은 수자원장기종합계획(2011∼2020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총 물이용량은 333억톤에 이르며 하천수와 댐용수 공급이 296억톤으로 전체의 약 89%를 차지한다. 나머지 약 11%는 37억톤의 지하수가 담당하고 있다.
양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지하수가 지표수에 비교될 수 없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땅속으로 스며드는 지하수는 일부가 충적층 구간에서 다시 땅위로 올라오는 기저유출을 통해 하천수를 충진하는 유동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표수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지하수는 농어촌지역 주민 약 250만명의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로 이용되고 있으며 먹는샘물은 물론 식음료 제조업체에서 생산하는 주류 및 음료의 제품용수로 사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레저시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다.

특히 근래에 와선 국민들의 식습관이 건강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기후환경도 고온다습한 아열대성으로 바꿔가는 사회·기후적 현상으로 석수 소비량을 크게 증가시키면서 지난해 5,429억원 정도였던 국내 먹는샘물시장 규모가 2014년에는 6,00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하수를 안전하고 건강한 물로 생각한다는 증거다.

재해로 인한 지표수 사고, 지하수만 유일한 대안

근래에 들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대홍수와 극심한 가뭄 그리고 녹조 및 조류의 빈번한 발생은 지구촌 국가들의 물이용 환경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지표수 위주의 물이용 특성을 가진 경우에는 더 큰 위협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올해 8월13일에는 팔당호에 맹독성 조류 ‘아나베나’의 출현으로 수질이 악화되면서 수질경보가 발령돼 수돗물 취수에 어려움이 있었다.

재해 재난 및 안전사고의 발생은 지표수이용에 더 큰 어려움을 줄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발생 이후 일본에서는 방사능 문제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안전한 먹거리와 물문제 해결이 국가적 과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15℃ 내외 지하수, 지열에너지산업 경쟁력 높힌다

지하수는 이제 물로서의 기능을 넘어 지열산업분야에서도 우수한 에너지원으로 그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최근에 신재생에너지원 중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은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은 지열냉난방설비에서 지하수를 이용하는 개방형시스템이 밀폐형시스템에 비해 열효율이 월등하고 환경친화적인 설비로 평가됨으로써 지하수는 경제·산업적으로도 활용가치가 커졌다.

지열냉난방설비는 유형별로 크게 개방형과 밀폐형으로 구분한다. 통상적으로 15℃ 내외의 온도를 가진 지하수를 이용하는 개방형은 약 500m 깊이의 지하수취수공을 개발하고 그 안에 수중펌프와 공급관 그리고 주입관 등을 설치한 후에 지하수를 열교환유체로 지하수취수공과 외부의 기계설비를 연락하는 구조다.
원직경 20cm, 깊이 500m에 이르는 지하수취수공 안에서 지하수가 열을 방출하고 새로운 지중열을 흡수하는 과정을 거쳐 지중의 열에너지를 지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원직경 15cm로 약 150m 내지 200m 깊이의 굴착 나공에 약 4∼5cm 관경의 PE파이프를 설치한 후 PE파이프 안으로 부동액 등을 열교환유체로 순환시킨다. 이에 따라 외부의 기계설비와 연락하는 구조를 가진 밀폐형에 비해서 약 8배 이상의 열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지하수취수공을 이용하는 개방형이 이같이 우수한 이유는 밀폐형의 PE파이프의 표면이 열을 방출하고 흡수하는 전체면적인 반면 개방형은 지하수취수공 내부 전체가 열을 방출하고 흡수하는 면적이 됨으로써 열교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열효율 지속을 위해 브리딩하는 지하수를 용수로 이용함으로써 경제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부동액 등을 열교환유체로 사용하는 수직밀폐형보다는 순수한 지하수를 열교환유체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하 환경보전에 적합한 시스템이다.

시공기준, 시설 수명과 에너지효율 좌우

그러나 지하수를 이용하는 개방형이 아무리 우수한 시스템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뒷받침하는 관련제도가 미비하다면 그 장점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하수취수공을 개발해서 지하수를 이용하는 ‘스탠딩컬럼웰형 지중열교환기 및 지중 트렌치 배관’의 지열설비 시공기준을 살펴보면 지열우물공에는 반드시 내부케이싱을 바닥까지 설치하고 유공관을 설치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해 효율적인 지열우물공 설치시공을 위한 다양한 신기술의 연구개발을 심하게 제한하게 된다. 

문제는 그동안 현행 시공기준에 따라 설치된 ‘스탠딩컬럼웰형 지중열교환기’, 지열우물공이 수많은 하자발생으로 얼룩졌다는 점이다. 특히 에너지관리공단에서 한 때는 개방형 지열설비시스템의 보급지원을 중단하는 사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관련 시공기준을 고집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자세다.
‘수직밀폐형 지중열교환기 및 지중트렌치 배관’의 지열설비 시공기준에서도 한가지 지적을 하고 싶다. 지중열교환기를 구성하기 위해 설치하는 지열파이프, 즉 유입관과 유출관에 대한 설치 시공기준이다.

지중열교환기에서 유입관과 유출관은 부동액 등 열교환유체가 순환하는 이동경로에 해당하며 아래 위로 순환·이동하는 과정에서 열을 배출하고 다시 지중의 신선한 열에너지를 흡수해서 지상의 기계장치에 전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유입관과 유출관은 열간섭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넓은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열효율에 도움이 된다.
또한 냉난방을 위해 설치되는 지중열교환기는 건축물의 수명과 같아야 하기 때문에 최소 20년 이상의 수명을 가져야 하고 지중열교환기를 구성하는 자재는 일정 수준의 품질이 요구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현행 시공기준에는 ‘고밀도폴리에틸렌 파이프’를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 어디에도 유입관과 유출관의 간격을 제대로 유지시킬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없고 파이프의 품질기준 또한 없다.
그러다보니 현장에서는 재생재료를 사용해서 수명을 담보할 수 없는 저품질파이프가 유통돼 유입관과 유출관으로 사용되며 간격 유지도 없이 한데 묶여 삽입되는 부실시공이 만연되고 있다.
결국 시공기준이 지열설비의 품질 향상으로 이어져 관련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신기술 개발을 저해시키고 시공업체에게 면죄부를 안겨주는 결과로 하자발생 요인만 커져가고 있는 것이다.

현장특성 무시 입찰, 예산낭비 부실시공 부추켜

지열냉난방설비는 개방형과 밀폐형 모두 지상설비와 지중설비로 구성되는데 히트펌프와 배관 등 지상의 기계장치는 기계설비공사업을 가진 업체에서 전담하고 있다.
땅을 수백m씩 굴착해 설치하는 개방형의 지열우물공이나 수직밀폐형의 지중열교환공은 지하수개발·이용시공업을 가진 업체에서 전담하고 있는 것이 현장의 현실이다.

그 이유는 지열우물공이나 지중열교환공 설치를 위한 굴착행위의 내용과 규모 그리고 현장특성으로 볼 때 보링그라우팅업체에서는 할 수 없는 공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열설비 입찰·계약업무의 집행 형태를 보면 처음에는 기계설비공사업체만 참여시키다가 최근 감사원에서 ‘지중설비는 별도의 적격업체로 하여금 시공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자 느닷없이 보링그라우팅공사업체를 참여시키게 된다.

이에 입찰계약업무를 집행하는 조달청에서는 지열설비가 기계설비공사업과 보링그라우팅공사업이 합쳐지는 전문건설 복합공사라는 판단을 내려 일반건설업종으로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지열설비가 어떤 업종에 의해 시공·설치되고 있는지에 대한 현장확인을 외면하고 그로 인해 어떤 피해가 나타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탁상행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지하수 가치 증대위한 관련제도 개선 시급

지하수는 양적·질적인 차원뿐만 아니라 산업적으로도 중요한 내재가치가 입증되고 있지만 정부 관계부처의 정책 반영과 제도개선 노력은 다소 미흡하게 느껴진다.
예컨대 지하수부문에서는 지하수 및 지중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굴착행위 과정과 사후조치에 대한 행정절차를 강화시키고 기후변화 및 지표수 안전사고에 대응하는 한편 먹는물의 수출산업 차원에서 지하수의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지열에너지 보급에서 불필요한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문제, 지열시스템의 열효율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시공기준을 개선하는 문제와 개선된 시공기준이 현장에서 잘 지켜지도록 감리기능을 강화하는 문제, 현장특성과 사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입찰계약업무를 개선하는 문제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관계기관의 노력이 있을 때 비로소 부실시공이 차단되고 우수한 품질의 지열시스템을 수요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업계의 건전한 발전을 유도하고 지열에너지산업의 경쟁력이 제고될 것이다. 이것이 지하수와 지중에너지를 활용하는 지열설비의 사회·경제·산업적 내재가치를 극대화하는 일이다.

강은철 기자. eckang@tenews.kr